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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는/theater

나는 인어공주 (Rusalka)

감독 안나 멜리키안
개봉 2007 러시아, 118분
평점

눈에 띄는 캐릭터
알리사 : 발레리나를 꿈꾸는 인어공주 - 마샤 살라예바 
샤샤 : 달을 파는 왕자님 - 예프게니 쯔가노프



 


바다에 사는 아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발레리나라는 꿈을 가슴에 품고 사는 알리사.

 

엄마가 다른 남자와 자는 걸 보고 집에 불을 질러버리고

일식과 함께 1부터 20까지 세면서

더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운증후군 친구가 있는 장애학교를 다니면서 '소원들어주기'마술을 할 수 있게되고

마술 덕분에 집을 날려버리고

집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

모스크바로 떠난다.

 

소원들어주기 마법 덕분에 여러가지 일도 해보고,

학교도 입학하지만

 

학교에 가고싶다는 소원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죽고,

엄마는 마트에서 함께 일하는 아저씨에게 마음을 뺏기고,

생일기념 발레구경을 갔다가 축구에 지고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들에게 밟혀

휴대폰 가면이 찢겨지면서 일터에 여권을 뺏기고
(왜 같은 나라에서 여권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 궁금했지만)

 

한번 강으로 뛰어내려볼까 하는 도중

자연스럽게 옆에서 뛰어내리는 아저씨를 보고 뒤따라 뛰어내려 아저씨를 구한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알리사가 궁금해하고 속으로 물어보는 것들을 대답해준다.

아저씨 이름이 뭘까 했더니, '샤샤'라고 한마디 하고 쓰러지시는 아저씨.

 

그렇게 첫눈에 반하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입을 열고

창문을 가리고 있던 세탁기 광고를 뜯어내 햇빛을 맞으면서 행복해 하는

그 모습이 너무 이뻐서

사랑에 빠지는건 참 이쁜거구나, 하게 했던 이쁜 장면들.

 

알리사는 사랑에 빠지면서

행복을 느끼고, 질투심도 느끼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 마음 덕분에,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된 마음 덕분에

샤샤를 죽음의 위험에서 구해내고

그렇게 행복하게 거리를 걷지만.

 

그리고 샤샤도 알리사를 찾아 헤매는 듯 했지만.

 

알리사는 모스크바의 한해 2000명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길거리에서 그냥 그렇게 죽어가는 2000명 중의 하나.

 

줄거리는 두서없이 생각나는 데로 썼지만

내 마음속에는 알리사의 어린시절, 자라나는 모습, 사랑, 꿈, 죽음이 아직도 생생해서

쓰면서도 마음이 따뜻하고 아프다.

 

해피엔딩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행복해하는 알리사의 모습과 누군가를 찾아헤매는 샤샤의 모습에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제목이 '나는, 인어공주' 인지 계속 궁금했다.

뭔가 원제와는 다른데 한국어로 의역했을 거라고,

계속 궁금했다.

 

원제는 'Rusalka'

러시아말로 물의 요정, 이런 뜻?

인어공주는, 물의 요정 급이고, 사람이 소원이 있다고 하면 들어주니까,

그래서 '인어공주'인가보다.

 

알리사는 소원들어주기 마술을 부릴 수 있었고,

알리사는 행운의 소녀였고,

함께 있는 친구들 -

'바닥을 달리는, 담배를 피며 임신부라고 우기는, 마트에서 향수총싸움을 하는 마돈나 여인'과

'같이 사과떨어지기 개수를 세던 다운증후군 친구' 와

'학교에 입학하게된 경위를 알고 세상을 달리는 알리사의 옷과 가방을 챙겨준 남자'

그리고 '왠지 항상 술을 마시고 차가 쌩쌩 달리는 거리를 활보하는, 뭔가 슬퍼보이는 샤샤'까지 -

그들에게 웃음을 지게 해주었고,

알리사의 죽음과 함께

엄마도 할머니도 편안해 보였고,

항상 싸우던 커플은 사랑을 나누었고,

뭔가 공허해 보였지만 샤샤와 리타는 서로를 꼬옥 안아주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떠났지만

내내 생각해보면

알리사는 결국 요정이었다.

 

발레를 하고 싶어서 발가락에 병뚜껑을 끼고 양말을 신신어 토슈즈를 만들어, 피가 새어 나와도 춤을 추던 알리사.

바다에 바람을 불고 맞바람과 튀기는 바닷물을 맞는 알리사.

잠수가면을 쓴 아빠랑 핸드폰 가면을 쓴 알리사랑 발레리나 옷을 입은 어린 알리사와 샤샤가 함께한 알리사의 꿈.

알리사의 마음을 혼란스럽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했던 거리에 붙어있는 광고 글귀들.

 

이 리뷰를 쓰는 동안이

영화를 보고, 끝나고 나오고, 집에 돌아오는 내 감정들이 다시 반복되는 것 같다.

영화는 재밌었고,

끝은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지금은 왠지 다시 생각해보면 행복한.

 

 

처음 보는 러시아 영화였는데

모스크바의 평범한 일상들이 낯설지 않고 음악들이 좋아서

낯설었던 러시아가 가까워진 느낌이다. ^^

 

 

그래!

역시 사랑에 빠지는 건 마음이 아파도 질투가 나도 결국 행복한거고!

세상은 그대로지만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나쁜 세상도, 좋은 세상도 될 수 있는거고!

그리고, 열심히 살면 마지막에는 마음 먹은 데로 되는거다!

 

 

그렇게 길에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아도 알리사가 놀라거나 그러지 않을 수 있던건

그 순간, 알리사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으니까.

 

항상 매 순간순간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만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