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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는/theater

버자이너 모놀로그 (VAGINA MONOLOGUES)

2009년 8월 20일
출연진 : 전수경, 이경미, 이미윤
대학로 SM 스타홀
좌석 C32

 The Vagina Monologues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s)는 억눌린 여성의 성(性)을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하는 연극작품으로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 버자이너(Vagina)를 파격적으로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극작가이며 시인, 사회운동가인 이브 엔슬러(Eve Ensler)가 수십명의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한 것으로 바탕으로 쓴 것이다.

1996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1997년 오프 브로드웨이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오비상을 탔고 1998년 뉴욕, 1999년 런던에서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위노나 라이더, 수전 새런든, 우피 골드버그, 케이트 윈슬렛, 멜라니 그리피스, 브룩 쉴즈, 클 레어 데인즈, 앨라니스 모리셋, 기네스 팰트로 등 세계적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1년 5월 김지숙, 예지원, 이경미씨 등 세 명의 배우를 주인공으로 초연되었고 앙코르 공연에서 천의 얼굴과 목소리를 가졌다는 찬사를 받는 배우 서주희씨의 모노드라마로 각색돼 2001년과 2002년 최고의 화제작이 됐고 2003년까지 재공연을 거듭했다.



공연장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 너무 커서 이경미님이 잘렸다 ㅠ


캐스팅만 알아보고 갠츈하군 생각해서 보러간 연극.
그냥 세 여자가 얘기하는 거구나, 생각하며 내용은 하나도 모른 채 갔다.
최정원 캐스팅이 아닌게 아쉬웠지만
함께 본 후배가 부끄부끄 할 것 같은 내용이라고 해서,ㅋㅋ
처음에 나오신 바람 아저씨가 재밌게 해주셔서,
그리고 배우들이 등장하기 전에 무대 뒤에서 피아노를 라이브로 연주하는게 보여서,
전수경님이 처음 등장하셔서 여태까지 본 연극과는 다르게 관객과 대화를 해주셔서
뭔가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하며
전수경님의 얘기를 듣고, 웃고, 다른 배우분들이 나오길 기다렸다.

털, 아름다움, 물, 동성애, 수치심을 느껴야 했던 어쩔 수 없던 상황, 소리, 자위 등
연극은 버자이너에 대한, 즉 여성의 성기인 '보지'에 대한 인터뷰를 각색하여
토크쇼스럽게 세분이 돌아가며 모놀로그 연기를 펼친다.

여자로서 이 연극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각의 인터뷰에 대한 동감, 동정, 또는 안타까움, 속상함,
그리고 지나친 솔직함에 대한 당황스러움,
그리고 정말 버자이너의 모놀로그에선 통쾌함까지!

어느 여성이 그러하듯 나도 2차성징을 겪으며 조금은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런건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며 위대하고 대단한 것이고, 더 아껴야 한다고 
항상 말해주고 그런 생각을 갖게 해준 엄마, 아빠 덕분인지
지금은 세상에서 이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적고, 
여전히 그곳은 음침하고 음습하고 수치스러운 것이고,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은 훨씬 많아서 
나보다는 그런 사람들이 이 연극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내 옆에 앉은, 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크게 웃으며 당당한 버자이너에 감동한
두 남자처럼
많은 남자들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둘 중에는 오른쪽이 더 낫다는게 함께 연극을 본 세사람의 공통된 생각 ㅋ)

마지막엔 원작자가 보내온
여태까지는 이 연극에 출산에 대한 내용이 없었는데, 이제는 있었으면 한다는 편지를 읽어주며 출산에 대한 경험과 봤던것들, 하나의 인터뷰를 보여주었다.

버자이너에겐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일인 '출산'
언제부턴가 결혼도 임신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나에게
그래도 한번쯤은 경험해 보고싶은 일이긴 하다 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성스럽고 아름답고 위대한 '버자이너'
연극의 초반부에 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음지에 두지 말고 넌 참 이쁘다며 아껴줬으면 한다.

왠지 굉장한 페미니스트가 된 것 같은 기분.


찍지 말라고 하셨지만 감동을 남기고 싶어 찍어왔다.
(저작권에 걸려서 소송당하면 어떡하지 ㅠ)
저기 무대 뒤에는 피아노가 있어서 극의 상황에 맞게 피아노를 쳐주시고
쇼파에 세분이 앉아서 연기를 펼치고 토크를 해주신다.
뒤의 벽에 붙어있는 사진은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진.
최진실의 사진도 있어서 뭔가 쫌 슬펐다.
이 사진의 무대에는 없지만 한쪽 벽에는 이경미님의 어렸을 적 사진도 있다.
그리고 저기 반짝 불이 켜져 있는건 '버자이너' 바로 요것 ↓


버자이너의 독백부분에서, 출산의 묘사 부분에서 이 사진에 불이 환하게 켜지면
나도 모르게 버자이너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자리는 뭔가 초큼 더 왼쪽이었으면, 원래 내자리(C30)만 되도 좋겠구나,,,, 라고 생각했음.
고개를 계속 왼쪽으로 돌리고 있어 목이 아팠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