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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는/theater

뮤지컬 grease

2009년 7월 2일
대학로 동숭아트홀.

'토요일밤의 열기' 라는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
큰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깜짝 놀랄만한 가창력과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감동을 줬던

뮤지컬들의 묘미에 빠져 매우 기대를 하고 갔건만.
전혀 나의 정서와 맞지않는 7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나팔바지를 입고 로큰롤을 부르며 춤을추는데

물론 노래가 신나니까 재미는 있었지만
이걸 이렇게 큰 돈을 주고 봐야했을까, 차라리 '지킬앤하이드'를 한번 더 보고 말껄.
이라는 후회를 하게 했고
그래서 '토요일밤의 열기'와 왠지 비슷한 느낌이 나는 '그리스'도 그리 땡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침 50% 할인도 되겠다, 대학로의 공연장에서의 공연이라 막 비싸지는 않겠다 해서
'지킬앤하이드' 젤 뒷자리 가격으로 앞자리를 잡아 '그리스'를 보러갔다.

잘생긴 남자 배우들이 대거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여자 배우들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게 만화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summer night 이라는 아는 노래가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안어울릴 것 같던 여자 주인공 샌디의 노래부르는 목소리가 너무 이뻐서 기분이 좋아졌다.
샌디의 마음을 돌리려고 육상부도 들어가고 이것 저것 하는 대니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케니키와 리조의 거친 사랑에 웃음이 났다.
C, A, F코드밖에 몰라서 그 코드로만 노래를 부르는 두디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오리궁뎅이 로저가 진짜 엉덩이를 보여줬는데 그 엉덩이가 참 탐스럽고 귀여워서 박수를 쳤다.
돈 많은 아저씨가 좋다며 일본에서 직접 사다준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는 마티가 참 얄미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빈스가 팥을 뒤집어 쓰면? 팥빈스 라는 내가 좋아하는 개그를 자꾸 던져주시며 라디오를 틀 때마다 짠하고 나오던 빈스폰테인이 너무 웃겨서 빵 터졌다.
슬슬 우리 학교 애들도, 우리 나라 고등학생들도 저들처럼 자유로워지겠지 라는 생각에 내용이 공감되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커튼콜이 끝나고 앵콜을 유도하고, 앵콜 속에서 춤추고 노래부르는 그들이 신나고 멋져서 환호를 질렀다.
대니가 자꾸 삑싸리가 나서 환호를 질렀다.
하늘까지 올라갈 것 같은 리조의 음역에 환호를 질렀다.
케니키의 마른듯한 잔잔하면서 멋진 잔근육들에 환호를 질렀다.
샌디의 이쁜 목소리에 환호를 질렀다.

결론은
재밌었다.
이 정도 가격이었기 때문일지, 기대를 안해서 일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초큼 - 샌디가 리조에게 핑크레이디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리조가 샌디에게 너같은 것들이 날 아냐고 솔로로 잔잔한 노래를 부르는 부분에서 - 지루한 것도 있었지만.
그건 내가 매우 피곤했던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재밌었다. 신났다. 즐거웠다.
가끔 생각없이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공연도
참 좋다.^^

커튼콜때 사진을 찍어볼까 했지만 지쳐있고, 디카도 없어 찍지 않았다.
대신 무대만 찍었음!



grease 는 나라이름이 아니다.
저 시대에 학생들이 머리에 바르던 유명한 스프레이 제품이란다.
그리스를 바르고 댄스경연대회에 나갔던 그들을 요약한 한 단어, grease.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어떤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까.
H.O.T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