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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216~090220 중등 신규임용예정교사 직무연수

너무 오랜만에 수업을 듣는 입장이 되었다.
결국 그래서 또 졸고 말았다.
졸다못해 자고 말았다.
그리고 낙서도 하고, 다른 책도 읽고, 딴 짓도 많이 했다.
밈이언니는 나중에 너의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들이 그러면 어떡할거냐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이유와 딴짓의 장단점을 써오게 할거라고 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뜨끔했다.
정말 내 수업이 재미없어서 학생들이 이렇게 딴짓을 하면 난 어떡하지.
중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하루라도 안 졸던 날이 없던 내가 어떻게 조는 학생들을 이끌지?
라는 생각으로 일주일을 시작했다.

교육학 공부한거라고 다시 안들어도 된다고 자만하면서도,
교육학 점수가 낮아서 잘 기억 안나는 내 자신을 탓하면서도,
다시 찾아보면 된다고 날 위로하면서도
내가 정말 붙은건지, 지금 배우는게 뭔지 고민하고 의심하면서 이틀째를 보냈다.

재미있는 수학수업에 대한 강의를 듣고
고등학교 3학년때 최정호선생님을 보면서 생각했던,
대학 4년 내내 늘 다시 다짐했던,
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머릿속에, 마음속에 새겼다.
재미없는 수업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저녁엔 뮤지컬을 보고
조금은 피곤한 수요일을 보냈다.

장학사님들과 현재 교단에 계신 선생님들, 여기저기 교감선생님들로 이루어진
강사님들은
지루한 교육학적인 얘기보다는
정말 현실적인 학교현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학생들은 다양하고 많고,
모두가 하나하나의 인격체고,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고,
그들은 그게 옳다고 믿을거고,
학생뿐만 아니라 동료교사도 많고, 
나와 어울리지 못할수도 있고, 
마음이 꼭 맞을 수도 있고,
원하는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수도 있고.
초임교사로서 예의를 지켜야하고,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예의도 지켜야한다고.
왠지 난 잘 해낼거 같다는 자신감과
내 사람을 사귀는데 젬병인 내 성격에대한 불안감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나흘째였다.

강사님들은 발령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고
과연 난 발령이 날까 안날까 설레였다.
교총과 전교조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월요일에 만든 농협통장을 받고,
연수이수증을 받고,
교원정책과 과장님(?)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니까
새삼 실감이 났다.
붙었구나,
난 이제 교사구나,
정말 선생님이구나,
이제 정말 교재연구가 남의 얘기가 아니구나,
수업 하나하나를, 학생들 한명한명을 두려워하면 안되겠구나.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 되자고 도서관에 들려서 책을 빌리며
집에 걸어오며
왠지 정말 어른이 된것 같아 설레면서도
이런 생각에 설레다니 아직 어른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연수가 끝났다.

선생님이다.
발령이 나고, 학교에 정말 가야 제대로 실감할수 있겠지만.
이제 나는 선생님이다.
별다른 일만 없다면 만62세까지 해야할 내 직업.
난 선생님이다.
그래.
나는 학예가 뛰어난 사람이고,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야한다.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자.
매사에 신중하고 매사를 기억하자.
그리고 배우자.
배워서 주자.
내 학생들에게 주자.
선생님이 되자.
진짜 선생님. ^^